2조원의 투자를 받은 퀴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퀵 바이츠(Quick Bites)의 준말인 퀴비(Quibi) / 퀴비 인스타그램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플랫폼은 단연 ‘퀴비(Quibi)’다. 퀴비는 드림웍스의 공동창업자이자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전 회장이었던 제프리 카젠버그와 이베이의 초대 CEO 출신인 맥 휘트먼이 만든 숏폼(Short Form)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퀵 바이츠(Quick Bites)의 줄임말인 퀴비는 말 그대로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제공하고, 모바일 기기만을 지원한다. 한 시즌을 전부 공개하는 넷플릭스와는 달리 2시간짜리 영화도 10분 단위로 잘라 일정한 기간을 두고 공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턴 스타일(Turn Style)에 따라 영상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가로로 영상을 시청하다가 세로로 돌리게 되면 인물이 확대되고 시점도 달라진다.

영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Z세대를 위해 만들어진 퀴비는 서비스 론칭 전 디즈니, 알리바바, JP모건 등 대기업에게 2조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화제를 모았다. 한편, 막대한 투자금을 등에 업고 올해 4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출시 1주일 기준 어플 다운로드 횟수는 170만 건에 그쳤고, 2주 후엔 앱스토어 차트에서도 사라졌다.

퀴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콘텐츠 부족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은 자사의 ‘킬러 콘텐츠’를 양성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오리지널 콘텐츠로 마니아층을 모았으며, 디즈니 플러스는 원래 가지고 있던 콘텐츠가 막강하기에 넷플릭스에서 마블의 콘텐츠를 회수하고 본인의 OTT에 서비스하고 있다. 그에 비해 퀴비는 총 50여 개의 작품만 서비스 중이다.

두 번째 이유는 가격이다. 광고가 있는 버전은 월 4.99달러, 광고가 없는 버전은 월 7.99달러인데, 애플TV 플러스가 광고 없이 월 4.99달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비싼 편이다. OTT 서비스가 범람하고 틱톡 등 무료 서비스도 존재하기에, 즐길 거리도 부족한 퀴비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 퀴비의 실패를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초기 단계임을 고려했을 때, 향후 킬러 콘텐츠를 얼마나 제작하느냐의 여부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 턴 스타일 방식 역시 퀴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잘 활용한다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퀴비가 틱톡처럼 Z세대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