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이 돈 버는 방법

  타인과의 만남은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에서 전화의 음성으로, 그리고 텍스트의 문자로 양상이 변해 왔다. 다른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만큼, 연애의 방법도 다양해졌는데 이를 보여주는 게 바로 데이팅 앱이다. 사람을 마주 보고 건네는 말보다 핸드폰을 열어보는 횟수가 더 많은 요즘, 데이팅 앱은 많은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사랑의 시작이다. 이에 따라 데이팅 앱 시장도 빠르게 진화 중이다.

 연애를 하고 싶어도 내가 원하는, 또는 내게 꼭 맞는 연애 상대를 찾는 건 어렵기만 하다. 만남의 기회를 잡는 것도,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도 여간 품이 드는 일이 아닌데 번거롭고 복잡한 연애 시작의 과정을 줄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데이팅 앱은 바로 이런 수요를 노리고 ‘앱만추’, 즉 앱으로 만남을 추구하는 시장을 키워간다.

출처 : 한국소비자원
출처 :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이유 1위는 ‘다양한 소개 상대를 선택 가능해서’(65.0%), 2위는 ‘주위에 부탁하지 않아도 돼서’(64.3%), 3위는 ‘오프라인 소개보다 편리해서’(54.7%)였다. 데이트나 연애를 하고 싶긴 하지만,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고 소개라도 받자니 번거로운 과정 때문에 망설이던 사람들에게 데이팅 앱이 잘 먹혀들었단 거다. 사회 분위기가 바뀐 것도 한몫했다. 모바일과 온라인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앱을 통한 만남에 거리낌이 없어지고, 결혼정보회사 등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데이팅 앱으로 시선을 돌린다.

출처 : 스태티스타
출처 : 스태티스타

 

2022년 전 세계 사람들이 데이팅 앱에 쓴 돈은 59억 달러(약 7.조 원) 이상으로, 역대 최고였다. 1년간 데이팅 앱에 쓴 시간도 자그마치 100억 시간이었는데2023년 말에는 전 세계 데이팅 앱 이용자가 4,100만 명이 넘었다. 수익은 약 87억 달러(11조 원)로, 데이팅 앱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을 암시한다. 특히 틴더는 내년 말 기준으로 누적 소비자 지출이 9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틱톡(146억 달러)과 유튜브(100억 달러)에 이은 글로벌 트렌드 리더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내 상위 10개 데이팅 앱의 합산 소비자 지출액은 작년 기준 7,068만 달러(900억 원)를 기록할 정도다.

 

데이팅 앱, 어떻게 살아남을까?

   데이팅 앱은 주로 월 회원비나 유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이용자가 월 회원비를 내며 멤버십을 구독하면 특정 기간 데이팅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유료 서비스는 무료로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추가 기능에 돈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이다. 메시지 전송이나 호감 표시, 더 많은 사람과의 매칭을 원하는 경우 유료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위피는 한 개에 400~50가치의 사이버 머니 ‘젤리’를 통해 친구 요청과 대화 진행을 가능하게 하는데 커플 매칭이 되기 위해선 커피 한 잔 정도의 값이 필요한 셈이다. 이외에 앱 이용 중간에 광고를 보도록 해 얻는 앱 내 광고 수익도 주요 수익원이다. 광고를 보며 이용자가 앱에서 머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출처 : 시놀
출처 : 시놀

 

 요즘 데이팅 앱 시장의 트렌드는 가볍고 즉흥적인 만남보다 진지한 만남을 추구하는 것에 있다. 직업이나 학벌, 재력 등으로 가입 대상을 제한하거나, 매칭까지의 과정을 고도화하는 등의 방법이 대표적인데 실제로 틴더의 '데이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Z세대(18~25세)들은 데이트 상대를 고를 때 진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데이트 상대로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자질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신의(78%)와 존중(78%), 오픈마인드(61%)와 같은 항목이 외모(56%)보다도 높았다. 자신에게 진실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데이트를 시작하거나 그만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데이팅 앱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자기소개에 성격이나 취향, 가치관 등을 정성스럽게 작성하도록 하기도 한다. 

 

데이팅 앱의 앞날은?

   앞으로 데이팅 앱이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AI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이 도입될 수 있고, 데이팅 앱이 저출생 문제의 해결책으로 떠오르면서 정부 차원의 개발이 이어질 수도 있는데 다만 데이팅 앱이 사기 같은 범죄 수단으로 쓰이는 등의 허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데이팅앱을 해법으로 택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데이팅 앱을 통해 청년들의 데이트 기회를 늘어나면, 비혼과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관점 때문인데 경남 하동군청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 성향 분석을 통해 연애 상대를 매칭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란은 2021년 정부 차원에서 소개팅 앱을 개발해 저출산에 대응하고자 했고, 중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데이팅 앱에 투자된 금액이 2019년 3억 달러에서 2021년 53억 달러로 약 18배가 증가했다. 그러나 과연 저출생이 단순히 연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이에 관련 정책의 근본적 효과를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데이팅 앱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사기나 협박, 불법 촬영이나 성범죄 등 범죄의 매개체가 되는 일이 왕왕 발생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여성인 척 남성에게 접근해 교제비를 명목으로 4만 명의 피해자로부터 11억 원가량을 가로챈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최근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로맨스 스캠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로맨스 스캠은 데이팅 앱에서 만난 상대에게 거짓 신분으로 호감을 산 뒤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행위인데 피해액만 40억에 육박할 정도다. 물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문제지만, 데이팅 앱 차원에서도 별도의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발현되는 기본적 욕구와 같다. 연애와 사랑도 이런 마음의 연장선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거나 내게 꼭 맞는 인연을 찾을 수만 있다면,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이 망설여질 이유는 없어 보이긴 하다. 데이팅 앱 시장이 앞으로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데에는, 이런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건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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