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예술계의 이면에는 주인공이 되지 못한 작가들의 눈물이 어려있다. 소수의 작가들은 몇 억을 호가하는 작품의 주인공이 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품을 전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정지연 씨는 예술계 신인 작가들의 생활고에 안타까움을 느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미술 사업에 뛰어든다. 2008년 ‘아티스트팬클럽’이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달 한 명의 신진 아티스트를 만나 인터뷰하고 소개하는 정도로만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작가와 일반인이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활동을 넓히기 시작했다. 

에이컴퍼니는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의 경제적, 정서적, 제도적 창작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미션으로 2011년에 설립됐다. 창업 이후 몇 년간은 적자가 계속됐다. 하지만 에이컴퍼니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기업이 아니라 신진작가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해가는 기업이라는 신념이 있었고, 적어도 10년 이상 이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다짐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작품 판매 외에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데 매진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작가들과 함께 아트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하고,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해 신진작가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경제적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작가들과 전시를 할 때는 전시 계약서를 쓰고, 작품 가격을 공개해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카드 할부제를 도입해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그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러한 새로운 행보는 미술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2013년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 기업이 선정되어 갤러리 카페 미나리 하우스를 오픈했다.

작가들이 호스트로 머무는 화실인 ‘미나리하우스’는 에이컴퍼니의 대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미나리하우스는 신진 작가와 계약을 맺는 멤버십 아티스트 제도를 운영하는데, 멤버십을 맺은 작가 중 한 사람을 선발해 작업실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미나리하우스 찾아와 멤버십 작가들의 작품을 아카이빙한 포트폴리오 라이브러리에서 그림을 살펴볼 수 있다. 매년 브리즈 아트페어도 개최하는데, 신진 작가들과 관람자가 전시회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방식의 독특한 운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공개모집을 통해 발굴한 신진예술가와 함께 개최하여 신진 예술가와 신진 콜렉터를 발굴하는 독립 아트페어이다. 예술가 일자리에 대한 고민으로 서울시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와 생계형 점포들을 연결해 예술가의 재능으로 가게를 바꾸어 나가는 아트마케팅 프로젝트다. 

에이컴퍼니는 예술 작품 뿐 아니라 예술가의 다양한 재능을 사회 각 분야와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환경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예술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며, 미술 작품은 물론이고 예술가의 다양한 재능을 사회와 연결하는 회사가 되어 언젠가 예술계에 자율성과 투명성, 공정성이 보편화 된 사회가 되길 꿈꾼다. 또한 사회적 기업으로서 어떤 일을 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내가 모든 것을 가지거나 나만 돋보이려는 생각보다, 나와 같이 있는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찾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회적 기업 에이컴퍼니가 나아가는 길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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