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리포지셔닝의 힘

휠라(FILA) 로고. (출처: 휠라코리아)

'아재'이미지로 내리막길을 걷던 휠라(FILA)가 밀레니얼 세대와 교감하는 브랜드로 변신하면서 완벽한 부활을 보였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해 1980~90년대까지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과 견줄 만큼 성장했으나, 혁신에 뒤처지고 마케팅 전쟁에서 밀리며 2000년대 초반에는 파산 위기까지 겪었다.

그런 휠라가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휠라는 2016년 이전에도 끊임없이 신상품을 내놨다. 그러나 뒤쳐지지 않으려는 강박감이 브랜드 정체성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전문가용 등산화(2013년)'와 다이얼을 돌려 끈을 조이는 '보아 트레킹화(2014년)' 등 아웃도어가 유행할 당시 내놓은 상품이다. 하지만 고객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배우 김유정. (출처: Google 이미지)

2015년 말 윤윤수 회장은 아들 윤근창(44) 대표에게 "다른 브랜드가 흉내 낼 수 없는 100년의 역사를 내세운 '헤리티지(Heritage: 유산)' 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우자"며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을 주문했다. 휠라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면 '향수'를 재해석한 상품이 필요했던 것. 이에 2016년 9월부터 옛 디자인을 참고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1020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아이돌, 배우 등을 모델로 착안해 이목을 끌었다.

반응은 놀라웠다. 휠라의 흥망성쇠를 모르는 1020 소비자들에게 100년 된 스포츠 브랜드가 낯설다는 것은 곧 특별함을 의미했다. 나이키처럼 알려진 브랜드가 아닌 색다른 상품을 찾던 10대 소비자에게 휠라가 눈에 띈 것.

또한, 휠라는 2015년부터 대형마트와 대리점을 철수했다. 대신 백화점 매장을 확대하고, ABC마트, 폴더 등 신발 편집매장과 원더플레이스, 바인드 등 의류 편집매장으로 확대했다.

휠라(FILA)의 '디스럽터2'. (출처: Google 이미지)

지금까지는 직접 판매를 고집했으나, 젊은 층을 겨냥해서 편집매장을 대상으로 홀세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신발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주력 제품인 '코트디럭스'는 발매 1년 3개월 만에, '디스럽터2'는 10개월여 만에 100만 족씩 팔리며 '대세'임을 인증했다.

휠라(FILA) 매출 추이 (출처: 휠라코리아)

2016년 영업이익이 -310억이었지만, 2018년 1~9월 사이 영업이익은 416억으로 그야말로 '기적'을 보여준 휠라. 최근에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과 후원 협약식을 열고 공식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휠라의 전략을 따르고 있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성공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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